한국에서 블로그 후원이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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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8 워드프레스로 기부 받기

몇 년 전부터 필자가 운영하는 언론사의 한 켠에 “후원하기”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실상 장식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간지 오래다. 후원이라는 개념을 터득한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실무에 써먹기 시작한 건, 워드프레스 정보 꾸러미라는 블로그 주인 분의 영향이 크다. 필자의 언론사는, 이 분 블로그의 사이드의 후원 코너를 보고, 벤치마킹한거다.

사실 필자는 ‘블로그 저널리즘’을 지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블로그 저널리즘”은 보통 시민기자 보다는 프로페셔널 저널리즘 간 공생을 지향하는 저널리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물론 이것도 보기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필자의 언론사는 프로페셔널 저널리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언론사의 수익 구조는 인쇄 광고 아니면 종이 신문 구독료였다. 그러나 최근 5년 간 종이 신문 구독자가 급감하면서(2021 한국 언론 수용자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수익 구조 재편이 필요해졌다. 최근 변화를 살펴보면, 중앙일보의 경우는, 홈페이지 자체를 갈아 치웠다(심지어 도메인까지 바꾸며 기존 기사 연결을 과감히 포기했다). 국내 1위인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일정 조회 횟수가 도달하면, 자동으로 회원으로 가입되는 납치 태그가 적용됐다.

유튜브의 사례도 살피면, 일정 구독자와 조회수가 되면, 멤버쉽과 후원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채널 주인이 미리 지정한 금액을 구독자가 신용카드 등으로 후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실례는 본격적으로 취재를 해봐야 알겠지만, 효과가 있는가는 잘 모르겠다. (필자가 본 것만으로는 유튜브 채널에 후원한 구독자들의 아이콘을 많이 보지 못해서 사용자는 미비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인터넷 콘텐츠의 후원은 ‘스토리’가 필수불가결이다. 내가 어떤 과정으로 이 콘텐츠를 만들었느냐를 독자에게 잘 설명해야 써먹히는 방식이다. 블로그나 유튜브를 제외한 국내 매체 중에 후원 시스템이 잘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매체는 “뉴스타파“와 “오마이뉴스“가 아닌가 싶다. 오마이뉴스는 아예 후원자들을 위한 “10만인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 극우 보수 언론(이름도 언급하기 민망한 매체들)들이 극성 수구 세력으로부터 후원을 받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보면, 이들의 공통점은, 당연 “스토리”에 있다. 내가 어떤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해당 매체는 어떤 특성을 가지느냐(대안언론이나 방송매체냐에 따라서 다르다)와 후원자의 숫자가 비례한 것 같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신용카드를 사용한 블로거 후원이 활성화 되었다지만(Strip가 그 예), 한국은 이제 도입되기 시작한 초기라, 갈 길이 멀지만, 곧 블로거 후원이 자연스러워 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미 웹툰이나 웹소설을 돈 주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기 때문도 있다.

우선, 결제 정책 시스템 등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디지털 콘텐츠의 카드 결제는 일정 한도 제한이 있거나 카드사 계약 자체가 불가한 곳들도 많았다. 일종의 꼼수를 이용해 PG사와 계약하기도 했지만, 초기 계약 조건과 달랐기 때문에 실무에 적용하기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언론에 대한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최하를 달리고 있다.(OECD 평균으로 잡아도 이하인 상황이다.) 이런 경우 독자들은 후원은 고사하고 기사 자체를 읽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언론인들이 기사의 질에 좀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