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언론의 위기를 논할 때 흔히 거시적인 언론 탄압이나 자본의 논리, 혹은 학생들의 무관심만을 주된 원인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실제 대학 언론의 일상적 운영 구조를 들여다보면, 지극히 실무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의 장벽이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조교(혹은 행정 간사)와 학생 기자단, 그리고 주간 교수 사이의 권력 역학 관계이다.

아무리 주간 교수가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며 학생들을 독려할지라도, 실무 담당 조교의 행정적 비협조나 자의적인 판단(이른바 ‘농간’)에 의해 중요한 프로젝트나 기획이 허무하게 무산되는 현상은 대학 언론이 지닌 또 다른 현실적 취약점이다. 이 현사잉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적 배경을 네 가지 논거로 분석한다.

I. 인적 구조의 비대칭성: ‘임시 보직’ 교수와 ‘장기 실무’ 조교

대학 언론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가장 모순적인 지점은 주간 교수와 조교의 ‘신분적 안정성 차이’에서 발생한다.

  • 총장 교체에 흔들리는 주간 교수: 주간 교수는 대학 언론사의 최고 책임자이지만, 본질적으로 총장의 임명권 아래에 있는 ‘보직 교수’이다. 대학 총장이 바뀌면 본부의 정치적 지형에 따라 주간 교수 역시 새 총장의 성향이나 입맛에 맞는 인물로 즉각 교체된다. 이 때문에 주간 교수의 임기는 대개 짧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 지속성을 가진 실무자(조교): 반면 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조교나 간사는 총장 교체나 학내 정치적 격변과 무관하게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학 언론사의 행정 전례, 예산 집행 방식, 기자단 관리 노하우 등 모든 ‘무형의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는 실질적인 터줏대감이다.
  • 권력의 역전 현상: 새로 부임한 주간 교수는 의욕이 앞설지 몰라도 행정 실무에는 까막눈인 경우가 많다. 결국 기안서 하나 결재하는 법부터 예산 편성까지 조교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간 교수의 추진력은 조교의 “전임 교수님 때는 그렇게 안 했다”, “규정상 늘 이렇게 해왔다”라는 한마디에 쉽게 꺾이게 된다.

II. 실무 권력의 원천: 행정적 게이트키핑(Gatekeeping)

주간 교수가 방향성을 제시하고 외풍을 막아주는 상징적 존재라면, 매일의 행정 절차를 집행하여 그것을 현실화하는 사람은 조교다. 조교는 대학 본부와 대학 언론사 사이에서 예산 집행, 결재 문서 기안, 물품 구매, 외부 계약 등 실무적인 통로 역할을 독점한다.

  • 절차적 지연과 행정적 거부: 조교가 특정 프로젝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거나 업무 부담으로 여길 경우, “학교 규정상 불가능하다”, “예산 증빙이 어렵다”, “학칙에 어긋난다”는 행정정 핑계를 대며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다.
  • 실무적 거부권: 주간 교수의 구두 승인이 있더라도 최종 집행 과정에서 실무 담당자가 반복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의 김을 빼고 결국 무산에 이르게 만든다.

III. 정보의 비대칭성과 교수의 한계

대학 언론을 이끄는 주간 교수는 대개 본업이 교수이기에 연구, 강의, 학과 행정 등으로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 이로 인해 대학 언론사 내부의 세세한 행정 규칙이나 매일의 세부 상황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이 틈새에서 조교의 ‘정보 독점’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왜곡된 정보 전달: 조교는 주간 교수에게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보고할 때 부작용이나 절차적 난관을 부각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반대로 학생들에게는 “교수님이 반대하신다”며 중간에서 정보를 왜곡하여 전달함으로써 양측의 소통을 차단하기도 한다.
  • 통제력 상실: 교수가 학생들을 아무리 독려해도, 조교가 행정 시스템의 복잡함을 무기로 내세워서 이 방식은 나중에 감사에 걸린다고 방어막을 치면 교수 역시 전문 행정 인력이 아니기에 조교의 의견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IV. 보신주의와 책임 회피의 구조

대학 언론의 조교나 행정 직원은 대개 임기제 계약직이거나 정기적으로 순환 근무를 하는 일반 직원인 경우가 많다. 이들의 핵심 관심사는 대학 언론의 질적 성장이나 저널리즘적 성취가 아니라, ‘사고 없이 조용히 임기를 마치는 것’과 업무 부담’의 최소화이다.

  • 새로운 시도에 대한 거부감: 학생기자단이 참신하고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기획할수록 조교가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 영수증 처리, 보고서 작성 등의 노동 강도는 급격히 증가한다. 추가적인 인센티브나 보상이 없는 구조에서 조교는 본능적으로 ‘일 불리기’를 꺼리게 된다.
  • 무사 안일주의의 장벽: 적극적인 주간교수와 의욕 넘치는 학생들 사이에서, 조교는 행정 편의주의와 몸 사리기를 통해 가장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을 수행한다. 이 장벽은 겉으로는 ‘규정 준수’라는 합법의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타파하기가 무척 어렵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훌륭한 비전(주간 교수)와 뜨거운 엔진(학생 기자)이 존재하더라도,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미션(조교의 행정 실무)이 의도적으로 방해받거나 정지하면 대학 언론이라는 차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특히 “단기 임기제 주간 교수”와 “장기 근속 실무 조교” 사이의 권력 역전은 대학 언론의 독립성과 창의성이 단순히 주간 교수의 개인적 성향이나 편집권의 문제뿐만 아니라, “행정 실무의 투명화와 시스템적 감시 체계 구축”없이는 언제든 실무자의 손에 좌우될 수 있는 사상누각임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