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언론의 위기를 다룰 때 흔히 학교 본부의 탄압이나 편집권 침해 같은 거시적 갈등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대학 언론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 ‘학생 기자’들의 내부 생리를 들여다보면, 더욱 근본적이고 실존적인 균열을 목격하게 된다. 오늘날의 대학생 기자는 저널리즘의 숭고한 가치만을 쫓는 순수한 구도자가 아니다. 그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학업, 알바, 취업 준비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생활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학 언론은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는 장이라기보다, 개인의 이익과 생존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이싿. 현직 및 주변 학생들의 실태를 바탕으로 이 구조적 모순을 세 가지 논거로 분석한다.

I. “N잡러” 대학생 기자의 탄생과 집중력의 분산

오늘날 대학생 기자가 대학 언론에만 온전히 헌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높은 물가와 주거비,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대부분의 대학생은 학업 외에도 파트타임 근무(알바)를 병행한다.

  • 생계형 기자의 다중 생활: 대학 언론사에서 지급하는 소정의 활동비나 장학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학생 기자는 대학 언론 외에도 학원 강사, 카페 알바, 국가근로 등 투잡, 쓰리잡을 뛰며 하루를 쪼개어 산다.
  • 에너지의 분산: 생계 전선과 학업, 그리고 언론사 활동을 병행하면서 기사의 깊이를 고민하고 집요하게 취재할 물리적˙정신적 여유는 극도로 고갈된다. 자연스럽게 취재는 형식적으로 흐르고, 기사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II. 저널리즘의 가치보다 앞서는 “도구적 이익(스펙과 공간으로서 대학 언론)”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는 그 무엇보다 씨발(Fucking you)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력 대비 경제적 보상이 터무니없이 적음에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대학 언론에 진입하는 이유는, 저널리즘에 대한 사명감보다는 ‘사적인 효용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 취업 스펙과 포트폴리오 창구: 많은 학생 기자가 대학 언론을 언론사 입사나 대기업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용 프리패스”로 인식한다. 기사 작성 경험과 기자단 타이틀이라는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보니, 정론직필이라는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보다 “이력서에 어떻게 한 줄 더 멋지게 적힐 것인가”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
  • 학내 사적 공간과 인맥의 확보: 복잡하고 삭막한 대학 캠퍼스에서 “편집국”이라는 안정적인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학내 유력 인사들과 접촉하며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점 등의 부차적 이익이 활동의 주된 동기가 되기도 한다.

III. 사익 우선주의가 불러온 저널리즘의 본질적 퇴색

활동의 목적이 “저널리즘 가치 실현”이 아닌 “개인의 사익 극대화”로 수렴되면서, 대학 언론의 질적 저하는 필연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 안전지향주의와 갈등 회피: 학교 본부의 비리나 학내 민감한 이슈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기사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갈등 감수를 요구한다. 개인의 포트폴리오 한 줄이 아쉽고 당장의 알바 시간 조율이 급한 학생들에게 이러한 모험은 기피 대상이다. 결국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무해하고 평이한 홍보성 기사나 가벼운 가십성 글로 지면을 채우는 안전지향적 태도가 만연해진다.
  • 왜곡된 게이트키핑: 뉴스 가치보다 이념과 사적 관심사의 우선: 대학 언론 내부에서 다루어지는 의제들이 전체 학생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공공성, 객관성, 시의성” 등의 공적 뉴스 가치보다, 학생 기자 개인이나 특정 정파의 주관적 이념, 혹은 지극히 협소한 사적 관심 분야에 지나치게 치우치곤 한다. 학생 기자들은 이러한 편향성을 “편집국 고유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 권한이라고 항변하지만, 이는 저널리즘의 기본 책무를 망각한 편의주의적 편집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진정한 게이트키핑은 공적 가치를 잣대로 뉴스를 여과하는 과정이지, 개인의 사적 취향과 이념 편향을 정당화하는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동체 의식과 저널리즘 윤리의 붕괴: 언론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직업윤리나 사실 확인(Fact-check) 의무보다, 내 과제를 제출하고 내 알바 시간을 맞추는 개인의 일정이 앞서게 된다. 이는 취재 과정에서의 태만, 오보 양산, 무책임한 필치 등으로 이어지며 대학 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다.

IV. 낭만이 거세된 자리에 남은 “생계형 각자도생”

결론적으로 저널리즘의 가치보다 자신의 이익이 앞선다는 뼈아픈 진단은 오늘날 대학 사회를 지배하는 각자도생과 실용주의가 대학 언론 내부까지 깊숙이 침투했음을 보여준다. 높은 노동 강도와 낮은 보상, 그리고 암울한 미래 앞에서 학생 기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사명감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 언론이 단순한 스펙 쌓기용 동아리나 개인의 생계 보조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대학 언론이 소리 높여 외치는 편집권 독립과 언론의 권익은 아무런 명분도 갖지 못한다. 스스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팽개친 채 사익과 개인적 편향만을 쫓는 기자가 만드는 신문을, 그 어떤 독자와 학교 본부가 진지하게 대하겠는가. 대학 언론의 위기는 외부의 압박 이전에,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초하고 있으며 그들의 가치관 붕괴와 도구화된 태도에서 심각하게 꼬인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