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담론의 요람인 대학의 대표적인 학생 참여 기구인 ‘대학 언론’의 위기는 오늘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기성 매체의 대안으로서 각광받던 대학 언론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관심이 줄어들다 못해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아마추어 기자들의 기사를 누가 봐주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의 본질 가운데 대학 언론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날 대학 사회에서 ‘대학 언론의 위기’와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대학 언론의 지위 향상과 독립성 보장을 위한 ‘대학언론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학내에서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뜻 당위적이고 정의로워 보인다. 그러나 이 주장을 둘러싼 학내외의 차가운 현실을 직시해 보면, 지금의 외침이 지극히 공허하며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냉혹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대학 언론이 처한 근본적인 한계는 단순한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종속성과 시장 논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첫째, 현재 대학 언론의 권익과 중요성을 외치는 주체는 사실상 대학 언론 내부의 학생 기자들뿐이다. 미디어 시장의 관점에서 대학 언론은 독자(소비자)를 잃은 지 오래다. 모바일과 뉴미디어가 지배하는 시대에 인쇄 매체 기반의 학보나 고답적인 학내 보도는 일반 학생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소비자인 학생들이 외면하는 매체는 시장 가치를 상실한 상품과 다름없다. 대중적 지지와 독자층을 잃어버린 대학 언론 내부인들만의 권익 주장은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그들만의 고립된 리그 안에서 맴도는 자가당착적 메아리에 불과하다.
둘째, “대학언론 기본법” 제정과 같은 법제화 시도는 학교 본부와 학생 간의 타협 불가능한 동상이몽 때문에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 법 제정이 의미를 가지려면 규제의 대상이자 협력의 주체인 학교 법인과 본부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부분의 대학 언론 공식 발행인은 ‘대학 총장’이다. 학교 측은 대학 언론을 독립된 저널리즘 기구로 보기보다, 학교의 긍정적 이미지를 홍보하는 수단이나 통제해야 할 리스크로 간주한다. 비판적 보도를 억제하려는 학교와 독립성을 쟁취하려는 학생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양측이 한마음 한뜻으로 법제화에 동참할 리 만무하다.
셋째, 대학 언론 역시 냉혹한 자본 시장의 논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자본주의 관점에서 대학 언론의 실제 소유주이자 투자자는 대학 본부다. 신문 발행 비용, 방송 장비 구매, 기자의 활동비와 편집국 공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정적 기반은 학교의 예산에서 나온다. 재정적 자립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돈은 대주되, 간섭은 하지 말라”는 식의 주장은 자본의 생리상 통용되기 어렵다. 자본(예산)을 쥐고 있는 소유주가 능동적으로 움직이거나 양보하지 않는 한, 피고용인이자 수혜자인 학생 기자들이 외치는 독립과 권익은 구조적으로 관철될 수 없는 허상이다.
결국 대학 언론의 권익과 중요성을 회복하자는 주장은 학내 민주주의라는 당위성만으로 풀 수 없는 고차방정식이다. 독자인 학생들의 신뢰와 관심을 회복하여 학내 여론의 구심점으로서의 “시장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내는 것이 먼저다. 아울러 예산과 재정적 종속에서 벗어날 대안적 모델을 고민하지 않는 한, 대학 언론의 독립 요구는 거대한 자본과 무관심이라는 장벽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수 밖에 없다.